습설(濕雪)
습설눈물 머금고 내리는 너는주체할 수 없는 고독으로 내리자마자 얼음이 되고네 삶의 무게가 너를 안고 있는 가지마저 무너뜨리고그래도 너는 굳어진 마음을 열지 않는다.부러진 가지의 숨죽인 비명을 듣고쓰러진 담장의 차가운 몸을 감싸 안는다.너는 그들과 함께 무너져 내리며,너 자신을 탓하고 또 탓한다.깨진 소리들, 눌린 자국들,너의 자취가 새겨진 자리마다고요한 상처들이 번져간다.너는 땅과 가지, 모두의 아픔을 안고조용히 스며들며 미안함을 흘린다.너의 눈물은 결국 얼어붙고바람의 흔적만이 네 곁을 스친다.네가 남긴 상흔 위로,새벽의 햇살은 더디게 내려와따스함을 되찾아주기를 약속한다.바람 불면 흩어질 수 없는 너,끝내 부서지고도 남아 있는 너는함께 아파하는 자로,스스로 무너지며 그 무너짐으로 세상을 품으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