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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 25

잔소리

잔소리 ​사랑이라 부르기엔너무 거칠었던 말들날마다 귀에 걸리던무심한 조각들​풀잎을 일으키는 건지나간 바람이 아니라쓰러지듯 오래 내린비였음을 살며 배웠다​“밥은 잘 챙겨 먹었니”“따뜻하게 입고 나가”“세월 금방 간다”​젊은 날,문턱 밖으로 밀어냈던그 말들이​어느새 향기 되어내 삶의 기슭을 잡아주고​그날의 그리운 소리들이오늘은 비 되어조용히 내리고 있다 ​-By가치지기Nagging​Words too harshto call them love —fragments that dailyhung on my ears,unnoticed shards.​To raise a blade of grass,not the fleeting wind,but the rain that fallslong and steady —this, I’v..

2025.06.17

하루의 눈

하루의 눈​​숨 막히듯 외운 대사모두 쏟아내고지친 몸이 무너져야무대의 조명은 서서히 꺼진다​박수는 허공에 흩어지고빛의 조각들은 말없이 등을 돌린다​텅 빈 객석,그 한켠에 앉아 있던 하루의 눈빛이소란한 조명이 떠난 자리에홀로 남은 내 그림자 하나를조용히 끌어안는다​침묵 속에서하루는 조용히 눈을 뜨고나는 비로소대사가 아닌 내 목소리로장면이 아닌 내 삶으로무대 위를 천천히 오른다​그 순간,아무도 보지 않지만누구보다 진실한 나로서하루의 마지막 장면을 완성하는진짜 배우가 된다​고요한 무대 뒤편,아무도 없는 그 어둠 속에서하루가 내게 속삭인다​“잘했어.너의 오늘은,참 아름다웠어.”​-By 가치지기The Eye of the Day​Lines memorized to the edge of breath —spilled o..

2025.06.01

감정(感情)

감정(感情)​ 기쁨은 노랑햇살 스며든 유리창처럼, 눈부시되가볍게 마음을 흔들고​슬픔은 회색비 내린 새벽 창가의 빛깔고요하고 짙으며, 오래 머문다​분노는 붉은빛타오르는 저녁놀처럼덮으려 할수록 더 번져 나가고​외로움은 푸른빛아무도 지나지 않는 안갯속있는 듯 없는 듯, 투명하게 스며든다​감정은희로애락의 결 따라겹겹이 삶에 스며들고​짙게 물든 감정들흘러가는 물에가만히 담가두면희연한 빛으로 번져간다​세월 속에바래지 않는 색이 있었던가​자꾸 들여다볼수록그 색은 더 짙어지고초라한 빛으로 물들 뿐​흙처럼 눅이고바람처럼 흔들리며불처럼 타오르고물처럼 흘러가며나무처럼 자라 흔적을 남기는,감정은 자연이 빚은 색이어서​물처럼, 바람처럼스며들되,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감정의 색은흘러갈 때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By가치지기Emot..

2025.05.11

진흙

진흙​​질퍽, 질퍽누군가의 걸음을 머뭇거리게 하며더럽다며 외면당하던 너는​비켜 걷는 발끝 사이로말없이 고개를 숙이고,​모두가 피하던처연한 시간을 너그러이 품으며상처 난 틈을촉촉한 숨결로 감싸안는다.​별 볼일 없는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스며든 너는소리 없이 세월을 견디며감싸 안은 모든 것들을있는 그대로, 소중히 지켜냈다.​너의 견딤 위에오늘,나는햇살을 품고조용히 피어난다.​-​By 가치지기

2025.04.20

자랑

자랑​​말하지 않으면잊혀지는 것​말하는 순간,멀어지는 것​표현하지 않으면알 수 없는 것​말할수록,가벼워지는 것​드러낼수록,비워지는 것​그래서 자랑은​묵묵히 품을 때,추억 속에서 영원히 빛나고침묵 속에서 고요히 머문다.​​-By가치지기 Pride​​If you don't say it,you'll forget it​The moment you say it,you'll get further away​If you don't express it,you won't know it​The more you say it,the lighter it becomes​The more you reveal it,the more it becomes empty​So pride​When you hold it silently,it shine..

2025.04.11

봄비

봄비​ 벚꽃이 만개한 날,거리는 눈처럼 하얘지고사람들의 눈에도 봄꽃이 핀다.​꽃잎이 가장 눈부신 순간,봄비의 시샘은하늘빛을 흐리게 하고제대로 뽐내지도 못한찬란한 꽃잎들을바람과 함께 떠나보낸다.​벚꽃의 절정을 견디지 못한너의 시샘이그 순백의 웃음 위에어떻게 슬며시 슬픔을 뿌리는지나는 알 수 없지만,​어차피 상관없다.사랑도, 계절도, 꽃잎도오래 머물 수는 없기에잠시 아름다움의 끝에나만 아쉬워하면 그만이다.​그래,너의 시샘은너의 헤어짐에 대한오래된 아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꽃잎도, 계절도, 사랑도오래 머물 수 없기에더 깊이 마음에 남는다.​시샘도 결국은이별을 견디지 못한마음의 다른 이름.​그날 봄비는꽃을 시샘한 것이 아니라,함께 떠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잠깐 피었다 진다는 것을우리는 매해 봄마다다..

2025.04.09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긴 하루의 끝자락,지친 숨결 위로 흐르는 너의 손길.바람이 잠든 저녁, 조용한 별빛 아래너는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지.​말이 필요 없던 순간들,세상 모든 것이 희미해져도그저 너와 나,우리가 만든 빛은 사라지지 않겠지.​겨울의 손끝을 맞잡고봄을 기다리던 그날처럼우리의 시간이 멈추길 바랄 때면세상은 조용히 흘러만 갔어.​그렇게 변해가는 계절도,흐렸다 맑았다 하는 변덕스러운 하늘도너와 함께 걷는다면더 이상 두렵지 않았어.그 길 위엔언제나 따스한 새벽이 피어나고 있었으니.​너와 내가 함께 한 모든 날들이한 줄기 추억이 되어꺼져가듯 반짝이는 날이 다가와도나는 속삭이듯 기억할 거야.​"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라고.​이 삶의 끝에서도 나는 잊지 않을 거야.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우리의 모든 날..

카테고리 없음 2025.04.02

나도 너처럼

​​ 나도 너처럼   나도 너처럼뿌리내리면그냥 자라기만 하면 좋겠다.​비가 오면젖은 채로 서 있고햇살이 닿으면조용히 빛나고—​말없이 사는 너는그것만으로도 아름다운데,​나는생각이 많아길을 잃고,마음이 무거워자라지 못하는 걸까​너처럼바람에 흔들리면서도춤추고 싶고,나도 너처럼주어진 하루를조용히 피어나며 살고 싶다.​너는 소리 없이 향기로운데...​​-by 가치지기

2025.03.28

진심(眞心)​

진심(眞心) ​진심이란,혀끝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발끝에서 자라나는 것.​글로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조용한 걸음으로 남겨지는 것.​소리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계절이 지나며 드러나는 것.​내가 걸어온 길 위에흩어진 말들은 메아리였고,남겨진 발자국만이내 마음의 본모습이었다.​진심은 소리 없이 자라고행동으로 꽃을 피운다.​마음 깊이 묻어둔 씨앗이오랜 세월을 지나​마침내,진심(眞心)의 열매를 맺는다.​-가치지기 -

202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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