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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시 11

잔소리

잔소리 ​사랑이라 부르기엔너무 거칠었던 말들날마다 귀에 걸리던무심한 조각들​풀잎을 일으키는 건지나간 바람이 아니라쓰러지듯 오래 내린비였음을 살며 배웠다​“밥은 잘 챙겨 먹었니”“따뜻하게 입고 나가”“세월 금방 간다”​젊은 날,문턱 밖으로 밀어냈던그 말들이​어느새 향기 되어내 삶의 기슭을 잡아주고​그날의 그리운 소리들이오늘은 비 되어조용히 내리고 있다 ​-By가치지기Nagging​Words too harshto call them love —fragments that dailyhung on my ears,unnoticed shards.​To raise a blade of grass,not the fleeting wind,but the rain that fallslong and steady —this, I’v..

2025.06.17

나이테

나이테​​겹겹이 감긴침묵의 고리​햇살의 숨결,바람의 그림자까지​나무는 해마다한 줄씩 세월을 새겼다​말 없던 나무의감춰진 일기장...​넓은 결 속엔행복했던 추억이좁은 결엔모질게 버텨낸 계절들이차곡차곡 모여한 줄 한 줄, 눈물겹다​속으로만 기록된단단한 시간들이세월과 어우러져이토록 찬란한 무늬가 된다​너의 울고 웃던 날들의 결을손끝으로 더듬으면너의 고요히 삼킨 밤들이살며시 느껴진다​나도 너처럼어느 날 두 동강 나는 날엔너처럼아름다웠으면 좋겠다​-By 가치지기​​ Tree Rings​Layers wrappedin silent rings​The breath of sunlight,the shadow of the wind​Each year, the treecarved a line of time​The tree’s q..

2025.05.25

이팝나무 꽃, 당신

이팝나무 꽃, 당신 ​​세월이 꽃잎처럼 쉼 없이 피고 지다우리의 봄은 어느덧 저물었지만,​당신은 여전히 나의 봄,가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입니다.​거울 앞에 선 당신은희끗한 머리칼에 눈길을 떨구지만나는 그 실버 빛 가르마마다눈물겹도록 고운 사랑을 봅니다.​당신은 미처 몰랐겠지요,주름이란 세월의 흠이 아니라당신의 헌신이 새긴 아름다운 문양이란걸.​아이들 웃음 속에 묻힌 당신의 눈물,내 젊음의 무심 속에 견딘 당신의 하루하루를이제야 하나하나 읽게 됩니다.​만약,내 사랑이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했다면당신의 이팝나무 꽃은 좀 더 늦게 피었을까요.그 미안함이 밤을 깨우고그 고마움은 새벽을 밝힙니다.​당신은 몰랐겠지만나는 지금의 당신이 더 고와요.​그 모든 세월을 이겨내고도 여전히 맑은 눈동자,그 모든 시간을 감..

2025.05.20

감정(感情)

감정(感情)​ 기쁨은 노랑햇살 스며든 유리창처럼, 눈부시되가볍게 마음을 흔들고​슬픔은 회색비 내린 새벽 창가의 빛깔고요하고 짙으며, 오래 머문다​분노는 붉은빛타오르는 저녁놀처럼덮으려 할수록 더 번져 나가고​외로움은 푸른빛아무도 지나지 않는 안갯속있는 듯 없는 듯, 투명하게 스며든다​감정은희로애락의 결 따라겹겹이 삶에 스며들고​짙게 물든 감정들흘러가는 물에가만히 담가두면희연한 빛으로 번져간다​세월 속에바래지 않는 색이 있었던가​자꾸 들여다볼수록그 색은 더 짙어지고초라한 빛으로 물들 뿐​흙처럼 눅이고바람처럼 흔들리며불처럼 타오르고물처럼 흘러가며나무처럼 자라 흔적을 남기는,감정은 자연이 빚은 색이어서​물처럼, 바람처럼스며들되,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감정의 색은흘러갈 때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By가치지기Emot..

2025.05.11

어머니의 검정 비니루봉다리

어머니의 검정 비니루봉다리 꽃샘추위 스며든 시린 봄날,휑한 골목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 속어머니, 마당 끝 작은 자리에 쪼그려금방 캐낸 쪽파를 검정 비니루봉다리에 담으신다. 아무리 채워도쩍 벌린 입, 바스락거리며쉴 새 없이 종알대는 봉다리들. 땅 내음 묻은 쪽파를입 벌린 봉다리들에넣고 또 넣으며,“이건 큰아이 거, 저건 막내 줄 것…”어머니는 한 움큼씩, 사랑을 집어넣는다. 봉다리도 시린 바람에 못 견디고 퍼덕이는데,얼음장 같은 손, 입김 한 번 불지 않으시고덜 캐온 쪽파를아쉬운 듯 바라보신다. 그 손끝에서시린 바람 한 움큼,얼어붙은 마디 하나하나쪽파 사이사이에 고이 포개어져 들어가고, 그제야, 검정 비니루봉다리는울음 삼키며 입을 닫는다. 육 남매 자식에게 가는 먼 길,검정 비니루봉다리 안에서쪽파가 어머..

2025.04.14

봄비

봄비​ 벚꽃이 만개한 날,거리는 눈처럼 하얘지고사람들의 눈에도 봄꽃이 핀다.​꽃잎이 가장 눈부신 순간,봄비의 시샘은하늘빛을 흐리게 하고제대로 뽐내지도 못한찬란한 꽃잎들을바람과 함께 떠나보낸다.​벚꽃의 절정을 견디지 못한너의 시샘이그 순백의 웃음 위에어떻게 슬며시 슬픔을 뿌리는지나는 알 수 없지만,​어차피 상관없다.사랑도, 계절도, 꽃잎도오래 머물 수는 없기에잠시 아름다움의 끝에나만 아쉬워하면 그만이다.​그래,너의 시샘은너의 헤어짐에 대한오래된 아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꽃잎도, 계절도, 사랑도오래 머물 수 없기에더 깊이 마음에 남는다.​시샘도 결국은이별을 견디지 못한마음의 다른 이름.​그날 봄비는꽃을 시샘한 것이 아니라,함께 떠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잠깐 피었다 진다는 것을우리는 매해 봄마다다..

2025.04.09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긴 하루의 끝자락,지친 숨결 위로 흐르는 너의 손길.바람이 잠든 저녁, 조용한 별빛 아래너는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지.​말이 필요 없던 순간들,세상 모든 것이 희미해져도그저 너와 나,우리가 만든 빛은 사라지지 않겠지.​겨울의 손끝을 맞잡고봄을 기다리던 그날처럼우리의 시간이 멈추길 바랄 때면세상은 조용히 흘러만 갔어.​그렇게 변해가는 계절도,흐렸다 맑았다 하는 변덕스러운 하늘도너와 함께 걷는다면더 이상 두렵지 않았어.그 길 위엔언제나 따스한 새벽이 피어나고 있었으니.​너와 내가 함께 한 모든 날들이한 줄기 추억이 되어꺼져가듯 반짝이는 날이 다가와도나는 속삭이듯 기억할 거야.​"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라고.​이 삶의 끝에서도 나는 잊지 않을 거야.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우리의 모든 날..

카테고리 없음 2025.04.02

눈물의 길

눈물의 길​​​처음, 눈은 맑았다.빛을 담고, 바람을 그리며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았다.​그러나진실보다 거짓이 먼저 웃고,선보다 악이 더 높이 오르는 날,눈은 흔들리기 시작했다.​숨기고 싶은 것들,지우고 싶은 기억들,그 모든 것이 눈동자에 새겨질 때,​세상은 무거워졌고,마음은 무너졌다.​그래서,살고 싶어 눈은 길을 냈다.견딜 수 없어 흐려지는 길,흐려질수록 선명해지는 마음.그 길 위로 물방울이 떨어졌다.​그때,눈물이 시작되었다.​첫 눈물은 슬픔이 아니었다.고통이 지나가는 길이었고,마음이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강이었다.​​-가치지기 -

2025.02.22

산 이야기

산 이야기​아가야,산이 왜 저렇게 높은지 아니?​산은 말이다,멀리서 바라보라고,그저 바라만 보라고그렇게 높아진 거란다.​그러니 아가야,어머니 품을 닮은 저 능선을 따라따뜻한 기억을 떠올리며조용히 바라만 보렴.​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길 잃은 이에게 길이 되어 주고,슬픔을 안은 이에게마음껏 울 수 있는 품이 되어 주지.​아가야,너도 언젠가 저 산처럼 넉넉한 사람이 되거라.높이 솟아 있어도스스로를 자랑하지 않고,누군가 기대어 쉴 수 있도록.거센 바람이 불어와도사랑하는 이들을 따뜻이 감싸며,스스로는 흔들리지 않는그런 사람이 되거라.​-​행복한 나그네 -

2025.02.22

마음 소리

마음 소리​새벽의 숨결이 닿는 곳,고요 속에 떨리는 한 줄기 소리.눈을 감으면 흐르는 바람이어디론가 나를 부릅니다.​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리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작은 물결처럼 번지는 속삭임.​머뭇거릴 때,길을 잃었다 생각할 때,그 소리는 조용한 빛이 되어나를 비춥니다.​두려워하지 말고, 멈추지 말라고.흔들려도, 길은 사라지지 않는다고.마음 소리는 언제나,나를 향해 흐르고 있었습니다.​- 가치지기 -​

202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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