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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의문

궁극의 의문​​ 살다 보면 문득, 사방으로 흩어져 있던 온갖 질문들이 단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하는 순간이 있습니다.​그것은 바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궁극의 의문’입니다.​이 질문이 궁극적인 이유는 우리 존재의 가장 깊고 내밀한 곳을 파고들기 때문이며, 쉽게 명쾌한 답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세월이 흐르고 삶의 궤적이 쌓일수록, 우리가 품는 질문은 오히려 단순해집니다.​삶의 의미를 묻고 방황하듯 걷다 보면, 그 질문은 결국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세상에서 아무리 찬란한 성취를 이루었다 해도 죽음의 벽 앞에서는 모든 것이 다시 질문이 되기 때문입니다.​내가 이곳에 있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나는 진정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살았는가..

일상글 2026.08.27 0

준비된 죽음

- 타인의 죽음이 내게 던진 질문​​ 50대 중반이 되고 보니 부고가 낯설지 않습니다.​어제까지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이었던 이름이 어느 날 영정사진 아래 놓여 있습니다.​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권사님과 장로님, 집사님들의 이름이 하나둘 부고로 들려옵니다.​지난달에는 췌장암으로 병원에 계시던 한 지인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임종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마지막 순간, 그분은 친구들을 많이 그리워하셨다고 합니다.​말을 할 수 없었던 그분에게 아내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핸드폰 너머로 익숙한 친구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그 목소리를 듣던 그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고 합니다.​기쁨인지, 그리움인지, 마지막 인사인지 알 수 없는 눈..

일상글 2026.08.25 0

경탄(驚歎)

경탄(驚歎)​​살다 보면 문득 걸음을 멈추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비가 그친 뒤 다시 고개를 드는 풀잎,겨울을 견디고 봄이 되어 새순을 틔우는 나무,때가 되면 조용히 익어가는 열매를 바라볼 때 그렇습니다.​그럴 때마다 자연은 말없이 하나의 삶을 가르쳐 줍니다.​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때가 오면 주저하지 않고 피어나고 열매 맺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저는 그것을 바라보며 ‘경탄’을 생각합니다.​경탄은 특별한 것을 보았을 때만 느끼는 마음이 아닙니다.너무 익숙해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마음입니다.​사람도 저마다 하나의 자연입니다.​누군가는 큰 나무처럼 자라고, 누군가는 들꽃처럼 낮은 곳에서 피어납니..

일상글 2026.08.25 0

석양

석양​​하루 종일세상을 밝히던 태양이​수평선 끝에 이르러걸음을 늦춘다.​조금 더 머물고 싶은 듯,조금 더 비추고 싶은 듯,​바다와 하늘 사이에서붉은 숨을 고른다.​사람들은저 노을을 보며세월의 끝을 떠올리며 눈물짓는다.​그러나 나는석양을 바라볼 때마다끝이 아니라아름다운 완성을 동경하게 된다.​태양은마지막 한순간까지가장 아름다운 빛을 남기고말없이 저문다.​한 번도어둠을 원망하지 않았고,내일의 태양을시기하지도 않았다.​자신의 때를 다했기에그저 담담히물러날 뿐이다.​꽃은질 계절을 알기에더 환하게 피고,​강은바다를 거부하지 않기에마침내 넓어지고,​나무는다시 올 봄을 믿기에겨울을 견딘다.​나도그렇게 살고 싶다.​견디고,희망하고,사랑하며 살다가아무렇지도 않게저물고 싶다.​남은 날을초조하게 헤아리는 사람이 아니라,​내..

2026.07.28 0

소진(消盡)

-흐르는 시간 속에서 다해 가는 삶​ 봄이 되면 흐르는 물에서 힘찬 소리가 납니다. 겨우내 얼어 있던 것들이 풀리며, 물은 다시 제 길을 찾아 쉼 없이 흘러갑니다. 흘러도 흘러도 마르지 않을 것 같은 그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내가 그 위에 띄운 종이배가 된 듯한 상상을 하곤 합니다. 어디까지 흘러갈 것인지, 어느 굽이를 돌아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나아가는 모습이 어쩐지 우리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물뿐만이 아닙니다. 시간도 쉼 없이 흐릅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것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삼십 대, 사십 대를 지나며 일상에 지칠 때면, 하루라도 빨리 정년퇴직의 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날이 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

일상글 2026.04.19 0

내게 너무도 평범한 일상

내게 너무도 평범한 일상​ 스스로를 다그치기 위해서ㅡ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서ㅡ 마음 한편에 적당한 부담을 두기 위해서ㅡ 그래서 도서관에 가면 언제나 대출 가능한 최대 권수인 열 권의 책을 빌려옵니다. 도서대출 기한 안에 모두 읽어야 한다는 작은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기 위해 오랜 시간 이어온 저만의 루틴입니다.​집에 돌아오면 그 책들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차곡차곡 쌓아 둡니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오늘은 그냥 쉬어야지’라는 생각으로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그 책들이 저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다짐을 조용히 일깨워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일상의 흐름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배고파서 먹는 밥이 아니라, 마음이 허전해서 먹는 밥을 먼저 찾게 됩니다. 그..

일상글 2026.03.28 2

史必歸正 사필귀정

국어사전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간다”라고 설명합니다. 흔히 “행위의 선악에 따른 결과를 훗날 받게 된다”라는 뜻의 인과응보(因果應報)와 함께 쓰이곤 하지만, 두 표현의 결은 분명 다릅니다. 인과응보가 개인의 행위와 그에 따른 응보에 집중한다면, 사필귀정은 시간과 역사 전체가 결국 진실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거대한 믿음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12.3 내란 사건 이후, 같은 시간과 현실을 견뎌내며 거리로 나선 이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글을 적어왔습니다. 그 기록들은 차마 말로는 다 하지 못한 참담함을 글로라도 남기고 싶었던, 저만의 소심하지만 간절한 분투에 가까웠습니다. 시간은 흘러 지난 2월 19일, 계엄 선포 444일 만에 내란죄에 대한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일상글 2026.02.23 0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연휴 전부터 예상은 했지만, 명절 연휴는 이렇게도 쉽게 끝나버렸습니다.​이번 연휴에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마음에 쉼을 얻고 싶었습니다.​결혼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명절은 시작 전에는 설렘으로 다가오고 막상 시작되면 쉼 없는 걸음이 됩니다. 그래서 연휴가 끝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명절은 육체적으로는 피곤하지만, 마음은 이상하게도 과거와 미래 사이에 해먹을 걸어 놓고 흔들리는 듯한 시간을 보내게 합니다.​결혼하고 나서 하루는 친가에서, 또 하루는 처가에서 잠을 자며 몇 번이나 오갔는지 모를 길을 다녔습니다. 이번 구정 설 명절 연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잔상이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아버..

일상글 2026.02.19 0

이제 싸우지 마세요

이제 싸우지 마세요​​한나절 나무를 캐어지게를 짊어지고 내려오면동생 돌보지 않았다고회초리를 드셨다던할머니​혼자이불속에서흐느끼던외로운 밤​그 눈물이 쌓여순한 가슴속거멓게뭉친 응어리들​세월 속에 곪아화로 터져버리면그렇게소리 내어울고 싶어​그렇게싸우셨나요아버지​동생들 뒷바라지 다 하며맞이 노릇 하려애써온 세월모진 동생들이잊고 살아갈 때마다​그게 그렇게서운해가슴에 남아​다이얼 전화기 붙잡고누군가에게한나절엉엉 울고하소연해야​울렁증이멎으셨던어머니​그렇게 애쓰며인정도 못 받고맞이라참아야 했고침묵해야 했던억울한 세월을 지나​마음들여다볼 줄 모르는어른 아이로자란부모님​가엽게 남은그 여린 마음이제는그만​토닥토닥​쓰다듬어안아주세요​가끔나도 모르게두근두근가슴이먼저 뛰면​부모님짠한 세월을떠올리며​소리를 삼키고등을 돌려혼자조용히..

2026.02.07 0

다 지나간다

다 지나간다 ​ 열차 밖창에 어린 어둠 속에내가 있다​네가 붙잡고 있는 것들도붙잡으려 애써온 것들도모두​창밖의 불빛처럼스치며사라질 것이라고​잡으려 애쓰지 말고그저바라만 보라고​허연 입김을 날리며어둠이속삭인다​열차 밖흩어져 가는 불빛처럼​나도지나가고 있다​-BY가치지기 Everything Passes​Outside the train,in the darknessclinging to the window,there I am.​The things you are holding on to,the things you have tried so hard to keep —all of them,​like the lights beyond the glass,will brush pastand fade away.​Do not st..

2026.02.0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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