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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힘​

진실의 힘​​회사에서 법무 업무를 책임지는 일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서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곤 합니다.​처음 증인으로 지목되었을 때 마음에 찾아온 부담감은 생각보다 묵직했습니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 있던 자료들과 수많은 사건의 복잡한 흐름을 머릿속에서 다시 일일이 복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기억하는 수많은 정보의 파편 속에서 오직 사실만을 어떻게 명료하게 길어 올려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고, 법정이라는 낯선 공간이 주는 엄숙함 속에서 혹여 조그만 답변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득했습니다.​그렇게 막막한 긴장감 속에 갇혀 있을 때, 곁에서 저를 묵묵히 지켜보던 동료가 나지막이 한마디를 건넸습니다.​“진실의 힘을 믿으세요.”​짧은 한마디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

일상글 2026.08.31 0

생명의 길

생명의 길​​광야의 마른 바람 부는 인생길,황량한 먼지 속을 헤맬 때주님,사랑으로 나를 찾아오셨습니다.​삭막한 땅 위에주님의 발자국 깊이 새기시고,무너진 나를 일으켜 세우시며절망 너머구원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메마른 가슴 깊은 곳,주님의 발걸음 머문 자리마다은혜의 단비 내리고생명의 꽃이 피어납니다.​주님,두 발은 거친 땅을 딛고 있어도걸음마다 은혜의 이슬을 밟으며거룩하고 좁은 길을믿음으로 걷게 하소서.​세상 가운데 살아가되세상에 물들지 않게 하시고,영혼의 눈은 늘 하늘을 향하여오늘도 주님을 바라보게 하소서.​이 길의 끝에서두 팔 벌려 나를 기다리실 주님,영광 가운데 다시 오실 주님을 바라보며오늘도 소망으로 걷게 하소서.​아멘.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BY가치지기​​

2026.08.29 0

나만의 계절

나만의 계절​​ 처서가 여름에게 자리를 비워 달라고 하면, 예전의 여름은 아침저녁으로 미련 없이 자리를 내어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아직 떠날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한낮의 숨 막히는 공기는 여전합니다.​해가 거듭될수록 여름은 견디기 힘든 계절이 되어갑니다. 더 뜨거워진 햇볕과 쉽사리 식지 않는 밤의 열기. 에어컨 없이는 잠들지 못하고, 잠깐의 외출조차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하는 여름은 제게 늘 버거운 상대였습니다.​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버티고 견디는 일에 지쳐가기보다, 이 계절 속에 숨겨진 다정한 선물들을 하나씩 찾아내어 기꺼이 사랑해 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견디는 계절'이 어느새 '기다려지는 계절'로 다가오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여름의 장점들을..

일상글 2026.08.28 1

궁극의 의문

궁극의 의문​​ 살다 보면 문득, 사방으로 흩어져 있던 온갖 질문들이 단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하는 순간이 있습니다.​그것은 바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궁극의 의문’입니다.​이 질문이 궁극적인 이유는 우리 존재의 가장 깊고 내밀한 곳을 파고들기 때문이며, 쉽게 명쾌한 답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세월이 흐르고 삶의 궤적이 쌓일수록, 우리가 품는 질문은 오히려 단순해집니다.​삶의 의미를 묻고 방황하듯 걷다 보면, 그 질문은 결국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세상에서 아무리 찬란한 성취를 이루었다 해도 죽음의 벽 앞에서는 모든 것이 다시 질문이 되기 때문입니다.​내가 이곳에 있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나는 진정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살았는가..

일상글 2026.08.27 0

준비된 죽음

- 타인의 죽음이 내게 던진 질문​​ 50대 중반이 되고 보니 부고가 낯설지 않습니다.​어제까지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이었던 이름이 어느 날 영정사진 아래 놓여 있습니다.​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권사님과 장로님, 집사님들의 이름이 하나둘 부고로 들려옵니다.​지난달에는 췌장암으로 병원에 계시던 한 지인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임종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마지막 순간, 그분은 친구들을 많이 그리워하셨다고 합니다.​말을 할 수 없었던 그분에게 아내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핸드폰 너머로 익숙한 친구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그 목소리를 듣던 그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고 합니다.​기쁨인지, 그리움인지, 마지막 인사인지 알 수 없는 눈..

일상글 2026.08.25 0

경탄(驚歎)

경탄(驚歎)​​살다 보면 문득 걸음을 멈추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비가 그친 뒤 다시 고개를 드는 풀잎,겨울을 견디고 봄이 되어 새순을 틔우는 나무,때가 되면 조용히 익어가는 열매를 바라볼 때 그렇습니다.​그럴 때마다 자연은 말없이 하나의 삶을 가르쳐 줍니다.​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때가 오면 주저하지 않고 피어나고 열매 맺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저는 그것을 바라보며 ‘경탄’을 생각합니다.​경탄은 특별한 것을 보았을 때만 느끼는 마음이 아닙니다.너무 익숙해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마음입니다.​사람도 저마다 하나의 자연입니다.​누군가는 큰 나무처럼 자라고, 누군가는 들꽃처럼 낮은 곳에서 피어납니..

일상글 2026.08.25 0

석양

석양​​하루 종일세상을 밝히던 태양이​수평선 끝에 이르러걸음을 늦춘다.​조금 더 머물고 싶은 듯,조금 더 비추고 싶은 듯,​바다와 하늘 사이에서붉은 숨을 고른다.​사람들은저 노을을 보며세월의 끝을 떠올리며 눈물짓는다.​그러나 나는석양을 바라볼 때마다끝이 아니라아름다운 완성을 동경하게 된다.​태양은마지막 한순간까지가장 아름다운 빛을 남기고말없이 저문다.​한 번도어둠을 원망하지 않았고,내일의 태양을시기하지도 않았다.​자신의 때를 다했기에그저 담담히물러날 뿐이다.​꽃은질 계절을 알기에더 환하게 피고,​강은바다를 거부하지 않기에마침내 넓어지고,​나무는다시 올 봄을 믿기에겨울을 견딘다.​나도그렇게 살고 싶다.​견디고,희망하고,사랑하며 살다가아무렇지도 않게저물고 싶다.​남은 날을초조하게 헤아리는 사람이 아니라,​내..

2026.07.28 0

소진(消盡)

-흐르는 시간 속에서 다해 가는 삶​ 봄이 되면 흐르는 물에서 힘찬 소리가 납니다. 겨우내 얼어 있던 것들이 풀리며, 물은 다시 제 길을 찾아 쉼 없이 흘러갑니다. 흘러도 흘러도 마르지 않을 것 같은 그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내가 그 위에 띄운 종이배가 된 듯한 상상을 하곤 합니다. 어디까지 흘러갈 것인지, 어느 굽이를 돌아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나아가는 모습이 어쩐지 우리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물뿐만이 아닙니다. 시간도 쉼 없이 흐릅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것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삼십 대, 사십 대를 지나며 일상에 지칠 때면, 하루라도 빨리 정년퇴직의 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날이 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

일상글 2026.04.19 0

내게 너무도 평범한 일상

내게 너무도 평범한 일상​ 스스로를 다그치기 위해서ㅡ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서ㅡ 마음 한편에 적당한 부담을 두기 위해서ㅡ 그래서 도서관에 가면 언제나 대출 가능한 최대 권수인 열 권의 책을 빌려옵니다. 도서대출 기한 안에 모두 읽어야 한다는 작은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기 위해 오랜 시간 이어온 저만의 루틴입니다.​집에 돌아오면 그 책들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차곡차곡 쌓아 둡니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오늘은 그냥 쉬어야지’라는 생각으로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그 책들이 저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다짐을 조용히 일깨워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일상의 흐름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배고파서 먹는 밥이 아니라, 마음이 허전해서 먹는 밥을 먼저 찾게 됩니다. 그..

일상글 2026.03.28 2

史必歸正 사필귀정

국어사전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간다”라고 설명합니다. 흔히 “행위의 선악에 따른 결과를 훗날 받게 된다”라는 뜻의 인과응보(因果應報)와 함께 쓰이곤 하지만, 두 표현의 결은 분명 다릅니다. 인과응보가 개인의 행위와 그에 따른 응보에 집중한다면, 사필귀정은 시간과 역사 전체가 결국 진실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거대한 믿음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12.3 내란 사건 이후, 같은 시간과 현실을 견뎌내며 거리로 나선 이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글을 적어왔습니다. 그 기록들은 차마 말로는 다 하지 못한 참담함을 글로라도 남기고 싶었던, 저만의 소심하지만 간절한 분투에 가까웠습니다. 시간은 흘러 지난 2월 19일, 계엄 선포 444일 만에 내란죄에 대한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일상글 2026.02.2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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