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일상에세이 11

흰머리로 써 내려가는 인생 책

― '묵향을 머금은 붓끝에서, 삶이라는 화선지 위에 남기는 중년의 문장' ​​ 어느덧 흰 머리카락 한 올을 보고 놀라던 때는 훌쩍 지나고, 이제 거울을 보면 검은 머리와 흰머리가 반반을 이루고 있습니다.​그 모습을 마주한 오늘 아침,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이 흰 화선지라면, 이 머리카락은 그 위에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붓끝과도 같다는 생각 말입니다.​흰머리는 단순한 세월의 흔적이 아닙니다.그것은 긴 시간의 농도를 품은 붓의 흰 털이며, 중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검은 묵을 머금고 천천히, 그러나 깊이 있게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삶의 문장의 도구입니다.​젊은 날의 삶은 늘 바쁘고 앞만 보며 달렸습니다.돌아볼 틈도 없이 공부하고, 경쟁에 이기려 애쓰며, 사회 속에 자리를 만들기 위해 숨 가..

일상글 2025.07.02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요즘은 옷을 입고, 신발을 신을 때 내가 편하고 좋아하는 것 위주로 고릅니다. 이제는 굳이 어울림을 계산하지 않습니다.​예전에는 괜히 남의 시선을 의식했습니다.색이 튄다든가, 계절에 맞지 않는다든가,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는 생각에 정작 내가 좋아하는 옷은 옷장 속에서만 묵혀두곤 했습니다.​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아내와 외출을 준비하다 보면 서로 묻습니다.“나 어때?”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합니다.“괜찮아. 예뻐.”​그 말에 특별한 분석이나 판단은 없습니다.그저 본인이 좋아서 선택한 옷이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내가 굳이 평가할 이유도 자격도 없습니다.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스스로 만족하고 편안하면 그만입니다.​그러고 나서 저는 꼭 한 마디 덧붙입니다.“아무도 자기한테 신경 안 써...

일상글 2025.07.01

중년의 공부

– 죽는 날까지 배움을 통해 익어가는 삶​​ 나이가 들수록 삶이 가르쳐 주는 것이 많아집니다.​젊을 땐 책으로 배우고, 시험을 위해 공부했지만,중년이 되고 나서는 삶이 곧 교과서이고, 매일이 배움의 시간임을 깨닫게 됩니다.​젊었을 때의 배움은 생존을 위한 도구였습니다.​먹고살기 위한 기술이었고,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배움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무기처럼 느껴졌습니다.​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나이가 들수록 배움은 외부 세계와의 싸움이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을 성찰하기 위한 동반자가 됩니다.​이제 배움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과 삶의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진정한 배움은 살아 있는 것이며, 살아내는 것입니다.책에서 시작하지만, 반드시 삶에서 완성되어야 합니다.​이제..

일상글 2025.06.26

기회의 문

– "기회의 문은 마음의 벽에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계를 느끼며 살아갑니다.​어제는 견딜 수 없었던 무게가 오늘도 여전히 무겁게 느껴지고, 도전은 때때로 두려움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무게의 대부분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에서 시작됩니다.​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스스로를 얼마나 믿고 있는가.이것이 모든 변화의 시작점입니다.​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기회가 눈앞에 있어도 그것을 붙잡을 용기를 내기 어렵습니다. 반면, 자신을 믿는 마음이 단단하다면 아직 오지 않은 기회마저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마음은 우리 삶의 조타수입니다.‘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은 우리를 멈춰 세우지만,‘할 수 있다’는 믿음은 한 걸음을 ..

일상글 2025.06.25

사람 과목

- "나는 오늘도 사람을 배우는 중입니다"​​사람은, 결국 사람에게 돌아옵니다.​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그래서 누구나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사람,그러다 보면 쉽게 다치게 되는 사람.그게 바로, 사람입니다.​사람은,실수를 반복하고넘어진 자리에서 또 다른 실수를 하며삶을 배워가는 존재입니다.나 역시 아직 그 과목을 이수 중인,미완의 인간입니다.​우리는 종종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합니다.“저런 사람과는 안 맞아.”“그런 식으로 행동하다니, 사람도 아니지.”그러면서 은연중에, ‘나는 다르다’며 선을 긋습니다.​하지만 생각해 보면,누군가에게 나 또한이해되지 않는 사람이었을지 모릅니다.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결국, 우리 모두는누군가의 상처이기도 하고,누군가의 위로이기도 합니다.​사람은..

일상글 2025.06.24

평소(平素)가 중요합니다

– "평소의 모습이 나를 지켜 줍니다." ​​ 우리는 흔히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기까지의 ‘평소’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일상의 태도, 익숙해져 버린 삶의 작은 선택들이 결국 우리를 만들어 갑니다.​삶에는 예고 없이 파도가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갑작스레 닥친 아픔, 예상치 못한 갈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찾아올 때, 사람은 자신이 쌓아온 삶의 기초로부터 힘을 얻게 됩니다. ​그 기초는 화려한 준비가 아닙니다. 오히려 조용하고 단단하게 쌓아온 '평소의 삶'에서 나옵니다.​기도는 갑자기 되는 일이 아닙니다. 평소에 하나님께 마음을 여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어두운 골짜기에서도 그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감사도 마찬가지..

일상글 2025.06.09

라면의 저주

“라면의 저주?”도대체 아침부터 무슨 말인가 싶으셨을 겁니다. “이제 라면도 못 먹는 거야?”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신 분도 계시겠지요.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라면 섭취를 금지하는 건강 칼럼이 아닙니다.​사실 제게 라면은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허기진 밤, 지친 마음, 무언가 허전한 날에도 라면은 늘 묵묵히 곁을 지켜준 친구였습니다. 라면이 저를 배신하지 않는 한, 저도 라면을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이제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이 글은, 당신이 무심코 자주 꺼내는 한 문장—“~했더라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인생의 문장 속에서 ‘라면’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그때 아파트를 샀더라면…”, “그 직장을 그냥 다녔더라면…”,“그..

일상글 2025.05.28

어둠 속에서도 빛이어야 하는 이유

- 박노해 시인의 시 「어둠 속에서도 빛이어라」를 읽고 고요한 아침, 박노해 시인의 시 「어둠 속에서도 빛이어라」를 읽었습니다. 짧은 시 한 편이 마음 깊은 곳을 조용히 두드리며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현실이 배반하고 시대가 외면할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빛이어야 한다는 이 간절한 외침은, 그 자체로 이 시대의 기도이며 다짐입니다. 삶은 종종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리기도 하고,애써 쌓아 온 노력이 허무하게 무너지기도 합니다.그런 순간, 우리는 환멸이라는 그림자를 마주합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환멸이 나를 소멸하게 하지 말라고.이는 우리 스스로의 존재를 지켜야 한다는 경고이며, 마음을 다잡으라는 따뜻한 권유입니다. 혐오가 나를 오염시키지 않기를,실망이 나를 무기력하게 하지..

일상글 2025.05.27

인생의 집을 어떻게 짓고 계신가요?

— "시간은 그저 재료일 뿐, 의미를 담아 올릴 때 비로소 삶이 됩니다."​​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경력이 쌓이면 인생도 자연히 안정되겠지.”하지만 정말 그럴까요?​아무리 많은 벽돌이 있더라도, 설계도 없이 무작정 쌓는다면 집은 결코 완성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태로운 무더기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삶도 마찬가지입니다.단지 나이를 먹었다고, 해가 바뀌었다고, 살아온 날들이 많아졌다고 해서 ‘좋은 삶’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진정한 삶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지가 우리 인생의 집을 지탱하는 기둥이 됩니다.​삶은 매일 아침 다시 시작하는 작은 건축 행위입니다.​눈..

일상글 2025.05.20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자유로워지는 길

살면서 쏟아낸 많은 화들 중 상당수가, 돌이켜 보면 “내가 이만큼 했는데 왜 몰라주지?” 하는 서운함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따지고 보면 오해라기보다는, 그저 상대가 나만큼 느끼지 않았을 뿐이고, 나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 뿐인데도, 마음 한편에서는 “인정받고 싶다"라는 갈망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요즘 아내는 저에게 “당신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유난히 강한 것 같아”라고 말합니다. 처음엔 괜히 억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법륜스님의 글귀를 읽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인간관계에서 괴로움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상대가 나를 인정해 주고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정말 그랬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어느새 기대감으로 바뀌고, 그 기대가 충족..

일상글 2025.05.08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