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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글 132

서운함

서운함이라는 감정은 참 묘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느 날 밤, 그것이 나를 잠 못 들게 할 만큼 깊이 파고들기도 합니다. 최근 친구와의 관계에서 서운함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오래 가지는 않았지만, 그 감정이 한동안 내 안에 머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 감정을 그냥 방치할 것이 아니라,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서운함은 결국 기대에서 비롯됩니다. 누군가에게 바라는 것이 있고, 그 기대가 어그러질 때 우리는 서운함을 느낍니다. 기대가 클수록 서운함도 커지기 마련이죠. 별일 아닌 작은 행동에도 "그 사람이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스며들면, 그 생각이 깊어질수록 서운함도 함께 자라납니다. 사실 상대가 잘못한 것..

일상글 2025.02.22

고층 빌딩에 가려진 파란 하늘

도시의 하늘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습니다. 수십 층, 백여 층의 아파트들과 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건물들 사이로 넓게 펼쳐진 파란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마치 좁아진 틈새로 보는 듯, 확 트인 느낌을 받지 못하고 답답한 빛만이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에는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자주 듭니다. 도시는 마치 파란 하늘을 보는 창에 답답한 커튼을 친 것처럼 느껴집니다.​어린 시절, 나는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숨을 들이켰고, 그 속에서 모든 번잡함과 긴장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파란 하늘은 내게 끝없는 자유와 꿈을 주었고, 그것은 언제나 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하늘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일상글 2025.02.22

얼굴에 기록된 나의 역사

어제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네 명의 사람이 나란히 서 있었고, 그중 두 명이 범인이라며 맞혀 보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범인처럼 보이는 이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네 명의 위치가 계속 섞여 비교조차 쉽지 않았고, 결국 한 사람 정도만 인상이 탐탁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고민 끝에 두 명을 골라 봉투에 적어 제출하는 꿈이었는데, 잠에서 깬 뒤에도 그 장면이 선명하게 남았습니다.​꿈을 떠올리며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인상은 그 사람 자체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 속에서 더 뚜렷해지기도 한다는 것을요. 좋은 인상과 나쁜 인상이라는 것도 결국 상대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은 각자의 고유함을 지닙니다. 마치 지문처럼, 인상은..

일상글 2025.02.22

버티고 Go!, 견디고 Go!

살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끝까지 버티는 힘입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는 재능이나 운이 아니라, 인내하고 견디는 힘이라는 것을 살면서 실감하게 됩니다. 요약해 보면 시작하게 하는 힘(첫 힘) 보다 마무리 짓는 힘(뒷 힘)이 더 중요하다고 할까요? 많은 사람이 중간에 포기하지만, 끝까지 버티는 사람에게 삶은 기회를 선물로 주게 됩니다. 윌리엄 페더는 "성공이란 모든 다른 사람들이 포기했을 때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인내가 성공의 필수 요건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성공 사례에서 입증된 진리입니다. 삶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단거리 경주처럼 단기간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긴 여정을 견디며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힘의 안분과 쉼과 나아감이 ..

일상글 2025.02.14

"아무나하고 싸우지 마"

우리는 살면서 싸우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합니다. 돌아보면 당시에는 반드시 싸워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쳤던 마음과 몸, 잃어버린 시간,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의 단절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어떤 싸움은 시간이 지나도 흔적이 남고, 어떤 싸움은 영영 치유되지 않기도 합니다.​싸울 때는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누구인가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꼭 싸워야만 하는 싸움이 있습니다. 나의 존재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우리'라는 가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싸움도 있습니다. 다만 그 싸움이 단순히 이기기 위한 것이라면, 혹은 상대를 꺾고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라면, 한 번 더 생..

일상글 2025.02.12

"이름보다 오래 기억되는 것은 삶의 온기입니다."

우리는 내 이름 석 자를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치열한 삶이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수많은 이름들 속에서, 심지어 같은 이름들 속에서도 나라는 존재를 기억하게 하기 위해 흔적을 남기려 애씁니다. 그러나 결국 소복이 내린 눈이 녹아 사라지듯, 아무리 크고 단단한 바위에 정으로 새긴 묘비의 기록조차도 세월이 흐르면 빗물과 바람에 닳아 사라집니다. 우리는 그 이름 석 자에 목숨을 걸고 살아가지만, 과연 그 이름이 영원할까요?​오래전 미국에서 잠시 머물 때, 한국에서 온 친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도서관에서 인명사전을 뒤지더니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찾아 내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모습에서 자랑스러움보다는 당연한 듯한 확신이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집안이 그 정도..

일상글 2025.02.09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문장들

사람들은 종종 세상에서 금과 보석을 캐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길을 나섭니다. 반짝이는 기회를 찾고, 남들보다 더 귀한 것을 손에 쥐기 위해 시간을 쏟습니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른 길을 걷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찾고 싶은 것은 금이나 보석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길어 올린 아름다운 문장들입니다.​문장은 그저 글자의 나열이 아닙니다. 누군가 깊은 고민 끝에 다다른 깨달음이며, 아프도록 고뇌한 끝에서 발견한 마음의 보석입니다. 그런 문장을 만날 때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집니다. 그들은 그 문장 안에 삶의 후회와 깨달음을 담아두었기에, 나는 그들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살다 보면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일상글 2025.02.08

숙명으로 시작한 운명(運命)

오늘, 입사 동기이자 직장 동료였던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며 자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갑자기 병가를 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길게는 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자신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팀원들을 잘 챙겨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카톡을 늦게 확인한 저는 부랴부랴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습니다.​"신장 암이래. 수술을 받아야 해."​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여러 종류의 암에 대해 들어봤지만, 신장 암은 생소했습니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서 엉겁결에 타박하듯 말하고 말았습니다.​"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데, 왜 이제야 알게 된 거야?"​친구는 내시경 검사에만 신경 쓰고 초음파 검사는 받지 않았는데, 그게 후회된다..

일상글 2025.02.08

"거짓말 아니면 거짓말 아니야"

2024년 12월 3일, 한밤중에 생방송으로 내란 사태를 온 국민이 지켜보며 가슴 졸였던 그 밤을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 내란의 우두머리와 그 잘못을 누구보다 명확히 알 수 있었던 엘리트들은 온 국민이 지켜본 사실마저 왜곡하고 거짓으로 구조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탄핵심판 과정에서 사회 최고 지도층 중 가장 최고인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는, 책임감과 죄책감은커녕 오히려 태연함 속에서 웃음을 띠는 여유로운 모습이었습니다.​진실을 외면한 채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그 거짓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여 "역사"로 만들려는 시도는 많은 국민에게 분노와 무력감을 안겨주고,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일상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습니다.​이들에게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직 자신을 ..

일상글 2025.01.27

인생 화음(人生和音)

"불협화음 속에서 완성되는 인생"​아들이 요즘 기타에 관심을 가지며, 코드와 화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음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화음의 세계를 보며 우리의 삶과 닮아 있음을 느낍니다. 아들이 기타 줄을 튕기며 누나와 화음에 대해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현재 대한민국은 분열과 대립 속에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은 과거에도 늘 반복되어 왔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갈등과 대립은 단지 국가적 차원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직장과 가족 안에서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소통이 단절되는 순간들을 경험하곤 합니다. 같은 현상을 보면서도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고, 상식이라고 믿었던 것이 통하지 않을 때, 우리는..

일상글 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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