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네 명의 사람이 나란히 서 있었고, 그중 두 명이 범인이라며 맞혀 보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범인처럼 보이는 이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네 명의 위치가 계속 섞여 비교조차 쉽지 않았고, 결국 한 사람 정도만 인상이 탐탁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고민 끝에 두 명을 골라 봉투에 적어 제출하는 꿈이었는데, 잠에서 깬 뒤에도 그 장면이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꿈을 떠올리며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인상은 그 사람 자체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 속에서 더 뚜렷해지기도 한다는 것을요. 좋은 인상과 나쁜 인상이라는 것도 결국 상대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은 각자의 고유함을 지닙니다. 마치 지문처럼, 인상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얼굴 위에 새겨집니다.
우리 얼굴에는 살아온 날들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표정의 습관은 주름살이 되고, 생각의 방향은 시선에 머물며, 마음의 무게는 얼굴의 선을 바꿉니다. 얼굴은 단순한 외모를 넘어 삶의 태도와 내면의 풍경을 고스란히 비춥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내면의 빛이나 그림자는 얼굴에 스며 나오기 마련입니다. 얼굴은 그 사람의 정신과 마음이 드러나는 창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타고난 생김새가 얼굴을 결정하지만, 마흔을 넘기면 삶의 태도와 경험이 얼굴을 빚습니다. 웃음이 많은 사람은 주름마저 따뜻하고, 근심이 많은 사람은 미간에 그늘이 깃듭니다. 얼굴에는 우리가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얼굴은 마음가짐과 행동에 따라 변합니다. 순간의 표정도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 쌓인 표정의 습관이 결국 인상을 만듭니다. 내면의 세계가 바깥으로 드러나는 것이죠. 그래서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 됩니다. 꾸며도 감출 수 없고, 위장해도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작가 카렐 루는 "인간의 얼굴은 마음의 간판이고 생활의 기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얼굴에는 그만큼 거짓이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야기했던 꿈처럼, 좋은 인상과 나쁜 인상은 선명히 구분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인상만으로 한 사람의 선함과 악함을 가를 수 있겠습니까? 인상은 그 사람의 인생이기에 우리가 감히 판단할 영역이 아닙니다. 얼굴에 새겨진 자취는 그저 살아온 날들의 궤적일 뿐, 선과 악을 구분하는 잣대가 될 수 없습니다. 다만, 얼굴에 내 마음과 영혼, 그리고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기록된다는 사실은 하루하루를 돌아보게 하고, 더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작은 긴장감을 만들어 줍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일입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인상이 있을 것입니다. 온화한 미소나 인자한 눈빛처럼 닮고 싶은 얼굴을 떠올리며 그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보는 것 또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일지 모릅니다.
중요한 건 좋은 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기보다 참된 삶을 살기 위해 마음을 가꾸는 일입니다. 좋은 얼굴은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매일의 태도, 순간의 선택,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차곡차곡 쌓여 얼굴을 만듭니다. "성격은 얼굴에 나타나고, 생활은 체형에 드러나며, 본심은 태도에 나타나고, 감정은 음성으로 알 수 있다"라는 말처럼, 얼굴은 나라는 사람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거울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생긴 대로 살아간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우리는 "살아온 대로 생긴다"라는 진리를 마주하게 됩니다. 얼굴에 새겨진 나의 역사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내일의 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 가치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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