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중심이 있다. 마음에 중심을 곧게 세운 사람을 어른이라고 한다.”
- 다산 정약용

아침이 밝아올 때, 하루를 시작하며 문득 마음의 방향을 돌아보게 됩니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며, 매 순간 흔들리는 갈림길 앞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그때마다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하고, 어떤 태도로 세상을 마주할 것인지 묻는 것이야말로 '중심'에 대한 질문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도덕적 조언을 넘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근본적인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란 곧 외부의 유혹이나 압력,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삶의 기준을 잃지 않는 사람이며, 그는 마음 깊은 곳에 ‘중심’을 단단히 세운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을 다산은 ‘어른’이라 정의합니다.
마음에 중심을 세운다는 것은, 곧 내면에 뿌리를 내리는 일입니다.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는 근본에 힘쓰며, 근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근본’이 바로 ‘중심’입니다. 중심은 외적인 성공이나 명예, 사람들의 평가에 의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가치와 신념에서 나오는 조용한 힘입니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자기 안에 내재된 원칙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성숙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중심이 있는 삶, 즉 어른의 삶입니다. 원칙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며, 변하지 않고 시간 속에서도 견뎌내는 기준입니다.
중심이 없는 삶은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감정에 따라 쉽게 흔들립니다. 그러나 중심이 있는 사람은 고요한 호수처럼, 겉으로는 흔들릴지라도 그 깊은 곳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중심은 침묵 속에서 자라고, 매일의 성찰 속에서 다듬어집니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면 누구나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진정한 어른은 나이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다산이 말했듯, 중심을 세운 사람,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감당하는 사람이 진짜 어른입니다.
《도덕경》에서 노자는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가장 강하다"라고 했습니다. 자신을 이기고, 감정을 절제하며, 타인을 먼저 헤아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그것이 어른의 품격입니다. 어른은 단지 자기 자신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타인에게도 중심이 되어주는 사람입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삶으로 말하는 사람. 바로 그런 이가 어른입니다.
삶의 고비마다 길을 묻는 후배들이 있다면, 중심이 선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할 수 있습니다. “나도 그 길을 걸어봤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해보는 것이 좋다.”
이런 말은 지식에서가 아니라 경험과 성찰에서 비롯된 진짜 지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중심을 세울 수 있을까요?
첫째, 매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나는 나답게 살았는가?”, “내가 지키고자 한 가치를 잃지 않았는가?”를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심은 반성과 성찰에서 자라납니다. 거울처럼 내면을 비추는 질문은 삶을 단단하게 만들고, 중심을 지켜주는 지혜의 씨앗이 됩니다.
둘째, 책과 좋은 사람을 가까이하는 일입니다.
중심은 홀로 형성되지 않습니다. 인간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비추고 배우는 존재입니다. 깊은 사유와 타인의 지혜 속에서 중심은 자랍니다. 다산, 공자, 노자, 파스칼, 톨스토이, 나이팅게일처럼 중심이 분명한 사람들의 삶과 글은 우리에게 거울이자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그러나 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좋은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우리 안의 중심은 관계를 통해 드러나며, 때로는 휘청거릴 때 곁에서 묵묵히 지지해 주는 이들이 중심을 지키는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깊은 진실을 삶으로 살아내는 사람들, 묵묵히 책임을 다하고 품격 있게 살아가는 이들과의 관계는 우리가 흔들릴 때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게 하는 힘이 됩니다.
셋째, 말을 아끼고, 판단을 유보하는 습관입니다.
침묵은 중심을 지키는 공간입니다.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은 생각의 깊이를 지닌 사람입니다. 급히 말하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고, 즉각적인 판단 대신 시간을 두는 태도는 마음의 중심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불필요한 말은 마음을 소란스럽게 하고, 섣부른 판단은 중심을 흐리게 만듭니다. 침묵은 겉으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는 생각이 숙성되고 감정이 가라앉으며 중심이 다듬어집니다. 중심이 있는 사람은 함부로 말하지 않으며, 판단은 행동보다 늦게 하지만, 그만큼 더 깊고 정확한 통찰로 삶을 이끕니다.
아침의 고요 속에서, 나는 나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습니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그저 떠밀리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중심을 다잡습니다.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정직’, ‘겸손’, ‘책임’, ‘배려’ 같은 나의 가치들이 여전히 살아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다짐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자. 중심을 잃지 않는 어른이 되자.’
이 다짐을 매일 새기며 살아갈 때, 나는 나와 타인을 위한 버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중심을 세우고, 누군가에게 어른이 되어줄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고 올곧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침을 시작하는 이 순간,
중심을 곧게 세운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By가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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