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가치지기 2025. 4. 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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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어둠은 처음이자 끝이다.

빛이 태어나기 전,

어둠이 먼저 숨 쉬었고,

찬란한 빛이 사라진 뒤에도

어둠은 조용히 남아 흐느낀다.

씨앗이 캄캄한 흙 속에서 자라듯,

어둠은 모든 생명을 품는다.

생각이 고요한 밤의 심연에서 움트듯,

말해지지 않은 말들,

태어나지 않은 노래들도

내면의 어둠 속에서 새근거리며 숨 쉰다.

칠흑 같은 고요 속에서

마음의 소리는 조용히 싹을 틔우고,

어둠이 잉태한 빛은

그 침묵 속에서 태어난다.

세상의 모든 색은 어둠의 품에서 더욱 깊어지고,

모든 별은 밤을 배경 삼아 반짝인다.

희망은 절망의 어둠에서 움트고,

용기는 두려움의 그림자에서 자란다.

삶은, 그렇게 가장 깊은 밤을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나를 만나게 된다.

스러진 발자국도, 남몰래 흘린 눈물도

어둠은 잊지 않고 모두 품는다.

쓰러졌던 그 자리에 조용히 머물며,

아무도 보지 못한 것들을

어둠은

따뜻한 시선으로 끝없이 지켜본다.

이렇듯,

우주의 어둠 속에서 별들이 태어나고

영원한 생명이 움트듯,

어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침묵이 아니라 생명의 소리이고,

없음이 아니라 모든 것이다.

- By 가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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