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당신이 있어 내가 있습니다.” – 말없이 견디고 지켜온 부모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지난번 말씀드렸듯,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가정에 관련된 주제로 글을 시리즈로 써보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부족하지만 먼저 ‘부부’에 대한 글을 나누었고, 이어 ‘자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자녀를 낳은 부부가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기 전, 고요한 아침, 부모님을 떠올리며 이 글을 시작합니다.
우리에게 영적인 아버지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리고 육체적 생명을 주신 분은 부모님이십니다. 부모님과 나의 관계와 그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떠올려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은 부모님의 마음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영적 생명을 주신 아버지이십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목숨을 다해 사랑하는 것, 그것은 억지로 애써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감정입니다. 마찬가지로, 나에게 육체의 생명을 주신 분이 부모님이기에, 부모님을 사랑하는 일도 자연스러운 마음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최고의 사랑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내어주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하나님이 우리에게 아버지로서 보여주신 ‘온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온 마음’은 단지 감정이 아니라 실천에서 드러납니다. 사랑은 관계 속에서 실천되어야 비로소 살아 숨 쉽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실 수 있었던 것도, 우리와의 관계 때문이었습니다. 사랑은 어떤 의무감이나 책임감에서 비롯된 무거운 짐이 아닙니다. 설명을 다 하지 못해도, 그저 마음으로, 몸으로, 생각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부모님과의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부모님은 우리를 이유 없이, 조건 없이 사랑하십니다. 그냥 사랑하는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관계입니다. 의무감이나 책임감으로만 엮이는 관계가 아닙니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까지도 내어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 마음은 하나님의 마음과 비슷합니다.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목숨을 다해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바로 성경이 말하는 사랑의 실천 그 자체입니다.
이처럼 부모님의 사랑은 말이 아닌 삶으로 드러나는 온전한 헌신입니다. 조용히, 묵묵히,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자녀에게 더 넓은 자리를 내어주십니다. 그 헌신은 소리 없이 깊고, 그 사랑은 조건 없이 단단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계십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고 숨 쉬며 설 수 있는 이유, 그 가장 밑바탕에는 부모님의 존재가 있습니다. 부모는 우리 삶의 ‘처음’이며, 존재 자체로 ‘기다림’입니다. 그리고 사라지기 전까지, 자신보다 더 큰 사랑을 자녀에게 쏟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우리의 부모님은 ‘견디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욕망과 필요를 뒤로 미루고, 언제나 우리 자녀들의 안위와 평안을 먼저 생각해 오셨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밤, 끝없는 걱정과 눈물이 부모님의 주름 속에 담겨 있습니다. “내가 이만큼 올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 그 자리를 말없이 지켜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일은 단지 예의나 전통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됨의 출발이며,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따뜻한 다리를 놓아주는 인간적 책임입니다. 부모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 사회는 결국 생명과 삶을 소중히 여기는 건강한 사회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그 아름다운 부모님의 사랑의 의미를 고요히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효도는 거창하거나 무거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주먹을 불끈 쥐고 결심해야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시작되는, 작고도 따뜻한 실천입니다. 말 한마디의 공손함, 마음을 담은 인사, 함께 있는 시간 속 진심 어린 눈빛, 그런 것들에서 진정한 효도가 피어납니다.
부모님은 우리의 뿌리입니다. 그 뿌리가 깊고 단단해야 우리의 삶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부모님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기억하는 일입니다.
5월, 가정의 달. 그 따스한 이름을 품은 이 시기에, 부모님이 그러하셨듯 이제는 우리가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부모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온 마음’의 효도이며,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입니다.
-By가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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