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밥그릇은 갖고 태어납니다."
회사의 동료 중 가장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싱글로 지내다가 늦깎이 결혼을 하였고, 결혼 후에도 아이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그의 나이가 50세에 가까워졌을 때, 기다리던 공주님을 품에 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는 걱정에 휩싸였습니다. 나이 60세가 되었을 때 아이가 10살이 될 것을 생각하며, 과연 내가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끊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때 저는 제 경험을 떠올리며 그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첫아이를 낳았을 당시, 저 역시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그 아이를 키울 만큼의 좋은 일들이 제 삶에 하나둘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들을 키우기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말했지요. “아이가 태어날 때에는 자기 밥그릇을 갖고 태어나니, 아이 키우는 돈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이야기를 다시 떠올린 이유는 최근 제 일상에서 ‘왜 우리는 소신껏 살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번 내란 사태를 겪으며,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도 반대하지 못하고 방관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결국 지금 제 손에 쥐고 있는 ‘밥그릇’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내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지고, 그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옳은 길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 우리의 밥그릇은 사실 노력만으로 움켜쥐어서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저 주어진 것이고, 때로는 아이가 가져온 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첫아이와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는 자기 밥그릇을 갖고 태어난다’는 믿음 하나로 담대히 살아왔습니다. 그 믿음 덕분에 아이를 키우는 동안 더 열심히 살았고, 그 과정에서 제 삶은 자연스럽게 채워졌습니다.
제 동료 역시 지금은 형편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아이 덕분에 젊게 살고 있습니다. 그 공주님을 위해 더 건강을 챙기고, 더 젊어지기 위해 노력하며, 절약한 돈으로 새 차를 사고 아이와 가까운 학교가 있는 곳으로 이사도 했습니다. 얼마 전 저는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때 내가 했던 말이 맞죠? 만약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겁니다. 새 생명은 복을 갖고 태어나는 법이에요.”
새해를 맞이하며 경제가 나빠질 거라는 소문이 들립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어려웠던 때가 많았고, 그때마다 이겨내 왔습니다. 가정을 위해 싸우고 버텨온 시간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가정은 우리를 강하게 하고, 자녀들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줍니다. 새 생명은 그 자체로 축복이며, 아이가 태어날 때 이미 자신의 밥그릇을 갖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새해에도 멋지게 살아가시는 부모님들, 오늘도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지키는 그 기쁜 짐을 힘차게 짊어지시길 소망합니다. 걱정보다는 믿음으로, 두려움보다는 용기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우리는 충분히 강하고, 충분히 잘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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