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대한민국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진짜로”, “정말로”, “진짜야” 같은 말을 습관처럼 자주 쓰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누가 의심한 것도 아닌데 굳이 덧붙이는 ‘진짜’라는 말. 저는 가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문득 궁금해집니다. 왜 어떤 이들은 그렇게 ‘진짜’라는 말을 반복해서 강조할까? 그 말 속엔 혹시 본인의 말이 의심받을까 봐 미리 방어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늘 진심이 외면당했던 경험의 반작용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보곤 합니다.
요즘 들어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려옵니다. 새 정부의 슬로건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편이 씁쓸해집니다. 얼마나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그동안 오용되고, 왜곡되고, 때론 가볍게 소비되었으면, 이제는 그 앞에 ‘진짜’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했을까요. 무엇이 그토록 이 나라의 정체성을 흔들었기에, 굳이 ‘진짜’를 강조해야만 했을까요.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대한민국은 본래부터 ‘진짜’였습니다. 그 앞에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이름입니다. 태극기만 봐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뿌듯해지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누군가의 슬로건이나 구호를 통해 새롭게 정의되어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그 이름에는 이미 깊은 역사와 민중의 뜻이 담겨 있고, 말없이 걸어온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단순한 명칭이 아닙니다. ‘한(韓)’은 커다란 나라, ‘민(民)’은 백성, ‘국(國)’은 나라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이란 "백성이 주인이 되는 커다란 한국"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입니다. 이는 결코 최근에 덧붙여진 해석이 아니라,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스스로 밝힌 뿌리 깊은 정통성과 철학입니다. 그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에 ‘민국(民國)’을 더하며 민의 주권, 국민의 주인됨을 선명히 각인시켰습니다.
그런 국호를 왜 다시 ‘진짜’로 수식해야만 했을까요?
무엇이 그렇게 ‘가짜’를 만들었고, 무엇이 국민들로 하여금 진짜를 갈망하게 했을까요?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단어가 아니라 신뢰입니다.
되살려야 할 것은 수식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통치와 실천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스스로 빛나는 국호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 이름의 무게와 품격을 잊고 살아왔기에, 지금 와서 그 진정성을 되찾겠다고 외치게 된 것 아닐까요. 그렇게 외친다고 해서 그 이름이 다시 ‘진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수식어에 방점을 찍는다고 본질이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태도로, 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진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진짜는 누가 외친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진짜는 오래도록 한결같은 사람과 공동체가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진짜 대한민국’은 어느 정권의 임기 5년 안에 완성될 수 있는 문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한 세대, 그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세대까지 살아낸 자들의 축적된 삶의 태도가 완성해 가는 서사입니다.
정말 ‘진짜’를 말하고 싶다면, ‘진짜 대한민국’을 쓰고 싶다면, 단어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지긋한 걸음과 말 없는 책임감, 그리고 국민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신뢰의 정책으로 써 내려가야 할 것입니다. 구호로 쓰기보다 실천으로 쓰고, 슬로건보다 국민의 일상에 녹아드는 변화로 써내려 가야 할 것입니다.
‘진짜 대한민국’은 누가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우리의 이름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자존이고, 후손에게 물려줄 품격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급한 선언이 아니라, 그 이름에 걸맞은 차분한 품격입니다.
이름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 이름답게 살아가면 됩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By 가치지기

The Real Republic of Korea
Sometimes in conversation, we encounter people who frequently say things like “Really,” “Seriously,” or “It's true.” No one may have questioned them, yet they feel compelled to insist. I’ve often wondered: why do some people speak this way? Could it stem from a fear of being doubted, or perhaps from past experiences where sincerity was ignored?
Recently, I hear the phrase “The Real Republic of Korea” more often—it’s a slogan of the current government. And whenever I hear it, I feel a pang of unease. How much must the name “Republic of Korea” have been misused or distorted for it to require a qualifier like “real”?
But I believe this:
The Republic of Korea has always been real.
It needs no adornments. No extra words.
The name "Republic of Korea" already holds deep meaning. “Han (韓)” signifies a great nation, “Min (民)” represents the people, and “Guk (國)” means country. Together, they describe a nation where the people are sovereign in a grand and united Korea.
The name “Daehan (대한)” was reasserted in 1897 when Emperor Gojong proclaimed the Korean Empire, affirming Korea’s historical and cultural identity. Later, the Provisional Government added “Min-guk (민국)”—a republic of the people—to signify the will for democratic sovereignty. Since 1948, the name “Republic of Korea” has stood as our official national title, representing independence, self-determination, and unity.
So again we ask: why the need for “real”?
The answer isn’t in the words but in the trust we’ve lost—and must restore. Not with slogans, but through actions.
True meaning isn’t revived by labeling something “real,” but by living out its essence.
A nation’s authenticity is not defined in a five-year presidential term. It is measured over generations, built by ordinary citizens and steadfast leaders. “The Real Republic of Korea” cannot be written overnight—it is written slowly, earnestly, with integrity and patience.
If we truly wish to prove this country’s authenticity, we must do so not with loud declarations, but with quiet responsibility and genuine care for the people. Let us not rush to stamp meaning onto words. Instead, let us live in a way that honors them.
This name, “Republic of Korea,” has always been enough.
Let us not try to redefine it—let us be worthy of it.
That alone will be more than enough.
-By 가치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