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가치지기 2025. 4. 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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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벚꽃이 만개한 날,

거리는 눈처럼 하얘지고

사람들의 눈에도 봄꽃이 핀다.

꽃잎이 가장 눈부신 순간,

봄비의 시샘은

하늘빛을 흐리게 하고

제대로 뽐내지도 못한

찬란한 꽃잎들을

바람과 함께 떠나보낸다.

벚꽃의 절정을 견디지 못한

너의 시샘이

그 순백의 웃음 위에

어떻게 슬며시 슬픔을 뿌리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어차피 상관없다.

사랑도, 계절도, 꽃잎도

오래 머물 수는 없기에

잠시 아름다움의 끝에

나만 아쉬워하면 그만이다.

그래,

너의 시샘은

너의 헤어짐에 대한

오래된 아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꽃잎도, 계절도, 사랑도

오래 머물 수 없기에

더 깊이 마음에 남는다.

시샘도 결국은

이별을 견디지 못한

마음의 다른 이름.

그날 봄비는

꽃을 시샘한 것이 아니라,

함께 떠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잠깐 피었다 진다는 것을

우리는 매해 봄마다

다시 배우고 있다.

-By가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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