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글

나는 아닐 거란 착각

가치지기 2025. 3. 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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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이 20년을 넘어서면서 깨닫게 된 하나의 진리,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난다는 단순하지만 묵직한 사실입니다.

스페인의 소설가 세르반테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실은 얇게 펴질 수 있어도 결코 부러지지 않는다. 기름이 물 위에 뜨는 것처럼 진실은 언제나 거짓 위로 떠오른다.”

저는 그 말을 수십 번 곱씹으며, 현실에서 진실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10년, 혹은 20년이 걸리기도 하더군요.

사회 초년 시절, 한 동기가 있었습니다. 머리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상사 앞에서만 열심히 일하는 척했고, 그 외의 시간에는 동료들을 의식하지 않으며 무책임하게 행동했습니다. 함께 입사한 동기였기에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었고, 속으로 억울함과 피로를 삼켜야 했습니다. 그때는 그가 너무도 얄밉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부러움도 있었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이니 결국 더 앞서갈 것이라고, 그렇게 지레짐작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저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결국 습관을 바꾸지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평사원으로 남아 있습니다. 반면, 성실함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었던 저는 어느새 동기들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자랑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깨달은 점은, 하나님께서 억울했던 순간들을 기억하시고, 가장 적절한 시점에 위로와 회복으로 응답해 주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지금’ 당장의 해결을 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시간은 다릅니다. 그분은 우리를 충분히 인내하게 하신 후, 어느 지점에서 조용하고도 분명하게 손을 내밀어 주십니다.

그 순간을 마주할 때, 억울함마저도 지나온 훈련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섭리입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의 마지막 장면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과거로 지나가는 모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신의 섭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 드러나는 시간의 흐름은 또 다른 자각을 안겨줍니다. 나 역시 언젠가는 평가받고 드러나게 될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나는 아닐 거야’라는 착각은 결국 삶을 방심하게 만듭니다.

어떤 이의 실패를 보며 나는 다를 거라고 쉽게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그의 모습이 언젠가 나의 내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생각합니다.

지금부터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지금부터 어떤 태도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지가 앞으로의 10년, 20년을 만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결국 삶은 태도로 증명됩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진정성으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진정성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빛으로 남게 됩니다.

『도덕경』에서는 “하늘은 말없이 말한다"라고 했습니다. 말이 없어도 결국 다 드러나고, 결국은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오늘, 스스로에게 말해봤습니다.

"‘나는 아닐 거야’라는 방심을 내려놓고, ‘지금부터라도’라는 각오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언젠가 진실 위에 떠오른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가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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